이름 모르는 산골짜기에 김현자 2023-1
하늘을 향해 누웠습니다
가슴 위로
다람쥐가 지나고
도토리가 구그고
알밤이 떨어집니다
손을 잡은 연인들이
힘주어 나를 밟고
내가 부서지는 소리에
희열하고 있습니다
나에게도
하얀 깃 달린 교복을 입은
첫사랑이 있었습니다
그녀는 낙엽 밟는 소리를 즐거워 했습니다
천진한 함박웃음은
내 가슴에 박혔지요
오늘도 기다립니다
내 가슴을 밟고
내 심장 소리를 들으며
말갛게 웃어주는 그녀를